성관계 시작 연령이 13.6세로 낮아지면서 청소년 피임 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5.7% 중 피임을 한다는 청소년은 59.3%에 그쳤다. 이는 청소년들만의 문제로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 성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관계 시엔 꼭 피임을 한다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제대로 된 방법이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잘못된 피임방법 중 하나인 ‘질외 사정’은 관계 시 콘돔을 사용하면 성적 쾌감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선택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하지만 찰나의 즐거움이 지나간 뒤엔 ‘혹시 임신이 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돈다.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은 사정 전 흥분을 하면 분비되는 ‘쿠퍼액’만으로도 임신이 된다고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체 ‘쿠퍼액’이 뭐길래쿠퍼액은 성적인 흥분에 도달했을 때 전립선 아래에 위치한 쿠퍼선에서 분비되는 알칼리성 물질이다. 요도는 평소 소변의 이동 통로로 사용되어 산성을 띠기 떄문에 약알칼리성인 정액이 그대로 배출되면 정자가 살아남기 어렵다. 쿠퍼액은 정액보다 먼저 배출되어 산성인 남성의 요도와 여성의 질 내를 중화하는 역할과 더불어 성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윤활제 역할을 한다.
쿠퍼액으로 임신이 된다고?사실 순수한 쿠퍼액 자체에는 정자가 없다. 하지만 이를 믿고 질외 사정을 하거나 관계 중 콘돔을 꼈다간 서로 원하지 않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잘 조절 했다고 생각했지만 쿠퍼액 뒤이어 나온 정액이 섞여서 나오거나, 한 번 사정 후 요도에 남은 정자가 쿠퍼액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
영국 산부인과 학술지 human fertility에 실린 논문에는 쿠퍼액 속 정자 유무를 확인한 연구 내용이 실렸다. 연구팀은 피험자 28명을 대상으로 3일 간격, 최대 5개 쿠퍼액 샘플을 채취한 후 2분 이내에 광학 현미경을 사용하여 정자 유무와 운동성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 피험자 41%의 쿠퍼액에서 정자가 확인됐다. 이는 사정 시 정액에 포함된 정자 수에 비하면 적은 수지만 쿠퍼액으로도 임신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다. 이 연구에서는 개별 피험자가 하나 이상의 표본을 생산한 경우, 정자가 포함된 쿠퍼액과 없는 쿠퍼액이 모두 확인되어 상황에 따라 쿠퍼액 속 정자 유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보여준다.
학술지 contraception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질외 사정법은 실패율이 22%로 나타났다. 이는 ‘순수한 쿠퍼액에는 정자가 없다던데?’, ‘포함되어봤자 정자 수가 적은데 뭐 어때?’라는 생각으로 한 질외 사정이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관계 시엔 성적 쾌락만을 지향하기보다 상호 존중과 안전, 뒤따를 수 있는 책임 등을 생각해 올바른 피임법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