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은 대부분 폐경을 먼 이야기처럼 느낀다. 일반적인 자연폐경 시기는 45~55세 전후이기 때문. 하지만, 30대에 폐경 진단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으며, 많지 않지만 20대에 겪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조기폐경’이다.
일찍 찾아온 폐경...신체·정신 건강 뒤흔든다조기폐경이란 40세 이전에 폐경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일반적인 폐경과 마찬가지로 폐경 전후 다양한 증세가 나타나 삶의 질을 저하한다. 안면 홍조, 발한, 피로감, 건망증, 요통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이에 더해 조기폐경은 다양한 방식으로 건강을 위협한다. 실제로, 그간 국내외에서는 조기폐경이 건강에 다양한 악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해 왔다. 일례로,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남가은 교수팀은 조기폐경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심부전과 심방세동 위험이 각각 33%, 9%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노지현 교수팀은 조기폐경 여성의 우울증과 자살 위험도가 유의미하게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연구를 통해 조기폐경은 치매, 제2형 당뇨병 위험을 높이는 위험인자인 것으로 밝혀졌다.그리고 최근, 조기폐경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조기폐경 및 이른폐경은 심혈관질환 및 사망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 해당 연구결과는 ‘미국심장협회 학술지(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에 게재되었다.
폐경, 이를수록 뇌심혈관 건강 위협한다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김양현 교수팀(김양호한경도이규배 교수)은 폐경 시기가 뇌심혈관질환과 사망에 대한 독립적인 위험요소인지 확인하기 위해, 2009년에 수검한 폐경 이후 여성 115만 9,000여 명을 대상으로 평균 10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했다.연구결과, 40세 이전에 폐경이 나타난 경우 50세 이상에서 폐경을 겪은 여성에 비해 심근경색의 위험이 1.4배, 뇌경색의 위험은 1.24배, 사망률은 1.1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에서는 연령이 낮을수록 모든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낮은 연령 그룹인 30~34세에 폐경을 겪은 여성은 △심근경색 1.52배 △뇌경색 1.29배 △사망률 1.33배로 가장 높았다.이규배 교수는 “여성에서 발생하는 뇌심혈관질환은 인지도가 낮은 편이고 그로 인해 치료가 늦어지거나 치료를 받아도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위험인자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를 통해 폐경이 발생한 연령이 낮을수록 뇌심혈관질환의 위험과 모든 원인으로부터의 사망률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며 “폐경은 그 자체만으로도 뇌심혈관질환의 위험요소로서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양현 교수는 “폐경 이후 여성에서는 더욱 적극적인 관찰과 위험인자 조절을 통해 치명적인 질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추적 관리할 수 있는 관련 가이드라인이 보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조기폐경을 알리는 신호…고위험군은 각별히 주의해야생리주기가 불규칙한 여성이 많아 생리 불순 증상이 나타났을 시 가벼이 여기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젊은층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40세 이전이라도 생리주기가 불규칙하거나 무월경이 지속되는 경우, 또 얼굴 및 목 부위가 붉어지고 화끈거리는 증상, 성욕 감퇴, 불면증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조기폐경 고위험군은 이 같은 증세에 더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조기폐경의 원인은 아직까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자가면역질환, 방사선치료, 염색체 이상, 가족력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불규칙한 식습관과 흡연, 무리한 다이어트, 저체중도 폐경을 앞당기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월경전 불쾌장애를 겪는 여성은 조기폐경 위험이 2.67배 높다고 밝힌 연구결과도 있다. 만약 이 같은 원인을 가지고 있다면 조기폐경 의심증상이 나타날 시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